단편-Sleet Canyon (3)

계절을 미루어보건대 지금은 곧 겨울이 끝날 것이었다. 실제로 프라우 칼락스의 주민들은 더 이상 머리를 쳐다보면서 걸을 필요는 없었다. 바닥의 튀어나온 돌보다도 위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이 훨씬 위험했기 때문인데, 원래 겨울의 끝에 더욱 많은 고드름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제 그런 강추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단 네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러했다.

그들은 타운을 벗어나 얼음산맥의 한 가운데로 전진하고 있었다. 새로 사들인 칼락스의 썰매개들은 더 추운 곳으로 전진하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이 없는 듯 했다. 아니면 표정 자체가 원래 불만스러운 듯 표독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새로운 주인들은 아무도 그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기보다는 개들의 사정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슬리트 캐년이라고 불리는 이 좁은 협곡은 산맥을 유일하게 가로질러 시라스로 나갈 수 있는 통로였다. 적어도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었다. 자베르 더 노커가 말해주지 않았더면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를 게 분명했다. 운이 좋다면 이 협곡을 통과하면 보름도 안되어 고향에 발을 들이게 될 터였다. 그러나 이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강추위? 그 때문이라면 돈독이 오른 상인들은 아무리 험난해도 이 길을 선택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프라우 칼락스를 지키는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 협곡을 통과해 벨허스트의 부대와 함께 시라스를 협공했을 것이었다.

「이 길에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매우 위험한 생물이 지키고 있다네」그 생물이 무엇이었을지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들어가서 살아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마누엘의 일행도 처음에는 이 길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자네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네. 우연이든 아니든 텔다크는 자네들에 의해 쓰러졌으니까」이 정도 감언이설에 넘어갈 일행들은 결코 아니었다.「들어가서 살아돌아온 사람은 없어도 그 길을 통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 사람들은 발견되었다고 하지」이런 황당무계한 사실을 주변 잡화나 식료품을 파는 상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스컬피드라고 부르는 부족인데 그 지역에서 무리를 이루며 생활하는 모양일세. 단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협곡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어. 모든 게 신비에 감춰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 더군다나 그들은 조금도 상처입거나 추위에 떠는 일도 없었어」더 상세한 정보는 아무도 모으지 못했지만, 적어도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면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그들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모두들 마음이 착잡한 것은 사실이었다. 일단 괴물을 만나기도 전에 동사라도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바람이 썰매를 강타하고 있었다. 개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해 이 곳을 빠져나가는 일을 중단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일단, 괴생명체에 대해서 아는 것은?」「별로 없지만, 부족들이 먼저 사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겠지. 그들이 가진 정보가 우리를 살려줄테니까」「무작정 알려준다는 보장이 없잖아. 여지껏 아무도 몰랐던 길이라고」「지금이니까 시도해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다들 희망사항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부락민들을 먼저 찾아내는 것보다 이곳의 주인이 먼저 자신들의 찾아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도 살아서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면 원주민들 조차 적대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사히 괴수에게 빠져나갔다 한들 돌아오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자신들이 겪은 무수한 사건들 중 하나라도 목숨을 걸지 않은 임무는 없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대다수는 생존 가능성도 별로 없었다. 처음부터 이 네 사람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른 많은 이들이 함께 해왔고 더러는 무덤을 만들어주지 못할 지경에 이른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누엘은 기사로서의 본분과 상황에 맞는 판단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반드시 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지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제이시는 조금은 기사와는 거리가 먼 타입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에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낙천적이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그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무덤덤한 성격이었던 것이다.

랜디 역시 마법을 갈고 닦았지만 다른 마법사와는 다른 면모가 있기는 했다. 그가 착용한 흰색의 로브가 그의 지향점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법사의 로브 가운데 일부는 그의 성격이 반영된 것들이 존재했는데 지금 그가 입은 것이 그러했다. 흰 색의 로브를 걸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회색은 마법의 궁극점을 찾는 자들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검은색은 마법을 어두운 쪽으로 사용하는 자들만 가능했다. 그리고 흰 색은 마법을 선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들만이 입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랜디와 마누엘은 서로 같은 목표를 따라가는 중이었다.

유일하게 델서스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평소에도 말이 거의 없었으며, 어떤 특정한 이유도 없이 이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 마누엘 일행이 국경을 넘을 때 용병 가운데서 소개를 받아 대금을 치루고 고용한 이였다. 특징이라면 정말 여러 종류의 무기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이었는데, 아마 처음 소개 받을 당시엔 남쪽 어딘가에서 노예생활을 하다가 자유를 얻은 인물이라고 했다. 혀가 잘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극도로 말을 아꼈고, 제이시의 추측에 따르면 그는 검투사이지 않았을까 싶은 존재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의 솜씨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했던 탓이지만, 당사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추위와 싸우기를 며칠 째, 개가 갑자기 모두들 짖어대기 시작했다. 굳이 제이시가 확인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개들의 경고는 곧 주변의 흔들림으로 바뀌었다. 빠르고 강하게 지진이 일어났고, 절대 개가 큰 소리를 냈기 때문은 아니었다. 땅 한 가운데서부터 거대한 분수처럼 눈을 파헤치고 무언가가 정체를 드러냈다. 그 모습은 사뭇 거대한 지네같은 느낌이 강했다. 피부는 매끈하다기 보다는 우둘투둘한 종기들이 가득차 있었고 귀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쥐날개의 가죽같은 것이 머리 양 옆에 달라붙어 있었다. 개미와 같은 곤충을 턱을 지닌 입 모양은 사람 한 명을 잘근잘근 씹지 않아도 쉽게 삼킬 수 있을만큼 큰 구멍이었고, 눈은 두 개임에 틀림없었지만 눈동자 같은 건 없었다.

by BloodyFox | 2009/10/07 15:50 | 티알피지,환상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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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음유시인 at 2009/10/08 09:49
이번것은 먼가 2% 부족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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